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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돌아본 '홈즈'의 이야기. 코믹과 원작의 재구성, 연극 <셜록 홈즈 - 벌스톤의 비밀>
just2bang 2014-03-02






[독서신문 임선희 객원문화기자] 2012년 5월, 한 소설 속 주인공이 1887년 창조된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 주연으로 발탁돼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2012년을 기준으로 크리스토퍼 리, 찰턴 헤스턴, 피터 오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내로라하는 75명의 배우들이 254개의 영화 및 드라마에서 연기한 이 인물은 바로 '셜록 홈즈'이다. 당시 기네스 세계 기록의 심사를 맡은 Claire Burgess는 “이번 기네스 세계 기록은 셜록 홈즈의 지속적인 매력이 반영된 결과이자 125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탐정으로서의 재능이 여전히 흥미롭고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 120여 년 묵은 끈질긴 애정과 흠모의 기록에 <장미의 이름>, <명탐정 코난>, <하우스>처럼 셜록 홈즈를 모티브로 하거나 오마주한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까지 더한다면 그 숫자는 한층 늘어날 것이다. 그만큼 셜록 홈즈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은 대단했고 또 꾸준했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가 지나치게 인기를 끄는 것에 고뇌하던 코난 도일이 결국 홈즈를 폭포 아래로 밀어버리자, 당장 ‘셜로키언 (혹은 홈지언)’들이 들고 일어나 그를 살려내라며 코난 도일을 협박하고 애걸해 할 수 없이 되살려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2010년에 첫 선을 보인 BBC 드라마 <셜록>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을 위시한 배우들의 열연, 창의적이고 세련된 연출 등으로 매 시즌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셜록 홈즈는 다시 한 번 세간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2012년에 <셜록: 벌스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무대에 오르고 현재 6차 공연 중인 <셜록 홈즈> 역시 이러한 ‘셜록 홈즈 팬질’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동시에 원작 및 여타 작품들과의 필연적인 비교가 뒤따를 것이므로, 어떻게 연극 <셜록 홈즈>만의 캐릭터를 창조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자 부담 요소였을 것이다. 2014년 초 영국드라마 <셜록> 시즌 3가 미국보다 일찍 방영됐을 정도로 한국에서 흥행했던 터라, 셜록 홈즈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연극을 보러 왔을 관객들에게 드라마 속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뇌했을 각본가가 선택할 수 있는 셜록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약간의 변화를 가미하는 것이다. 우선 영국드라마 <셜록>이 그랬고 직접적으로 셜록 홈즈를 다루지 않더라도 그를 모티브로 삼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과 미국 의학드라마 <하우스>가 그랬다. 에코가 『장미의 이름』에서 윌리엄 수도사를 묘사한 부분을 보면 기시감을 느낄 정도이다. 마르고 큰 키에 매부리코와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을 가진데다 바스커빌 출신인 이 수도사는 뛰어난 추리력과 과학적 지식으로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한편 <하우스>의 하우스 박사와 그의 동료이자 유일한 친구 윌슨은 홈즈와 왓슨의 오마주로, 하우스 (House), 윌슨이라는 이름부터 각각 홈즈 (표기는 Holmes이지만 발음은 ‘집’을 뜻하는 Homes와 유사)와 왓슨의 교묘한 변형이다.
진단의학과의 과장으로서 동료 의사들이 두 손을 든 기이한 증상의 환자를 맡는 하우스 박사 역시 방대한 의학적 지식과 관찰력으로 환자의 질환을 추리하고 치료한다. 필요하면 환자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해 짐작하는 질환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등 진단보다 수사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준다. 또한 약물 중독자였던 홈즈처럼 습관적으로 입에 바이코딘을 털어 넣는 이 괴팍한 천재 의사는 홈즈가 바이올린을 켜듯 피아노를 연주하는 취미를 갖고 있고 221-B번지에 산다.

셜록에 대한 또 하나의 이미지는 가이 리치가 감독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셜록으로 분한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원작의 묘사를 거의 따르지 않는데다 (우선 셜록의 키부터 다르다) 다소 코믹하고 색다르게 각색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차가운 이성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보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액션에 초점을 맞춰, 원작의 셜록 홈즈를 기대하고 갔던 몇몇 관객들이 불평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대학로 창작극 <셜록 홈즈>는 이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고기능 소시오패스’의 이미지와 액션 스타의 코믹한 이미지를 절충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극의 이곳저곳에 웃음 요소를 배치함으로써 보다 유쾌하고 가볍게 원작 <공포의 계곡>을 고유의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소극장의 협소한 무대를 빔 프로젝터, 이동식 무대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며 진지한 추리극의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한 모습이 돋보인다. 원작을 읽었다면 원작이 어떻게 변주되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종종 경박하게까지 느껴지는 홈즈의 추리를 따라가며 110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