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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된 방 속에서 외치는 유쾌한 비명, 연극 '행오버'
just2bang 2015-03-17




[독서신문 이슬 객원문화기자] 금슬이 참 좋은 부부가 있다. 남편은 결혼기념일을 맞아 레크레이션 전문회사까지 동원해 호텔 506호에서 아내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다. 이벤트는 성공하고, 부부와 이벤트를 도운 회사의 대표는 다함께 술을 마시며 기념일을 자축한다. 그리고 다음 날. 싸늘한 시체로 침대 위에서 발견됐다는 아내, 그리고 피범벅이 되어 507호로 옮겨져 있는 남편. 그에게 전 날의 기억은 없고, 대표는 자신이 아내를 죽인 용의자라 의심한다. 그리고 그들은 둘만 있는 줄 알았던 507호에 의심스러운 두 명의 인물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 모두 전 날의 기억이 없다는 사실에 다 같이 추리를 시작한다.

사실 이렇게 밀폐된 공간 속에 갇힌 여러 인물이 사건을 추리하고 서로를 의심한다는 줄거리는 심리스릴러 작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플롯이다. 가장 최근의 영화로는 낡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숨바꼭질>을 예로 들 수 있고, 스릴러영화의 고전이라 불리는 <큐브>, <페르마의 밀실>, <패닉룸> 등도 밀폐된 공간 속에 갇힌 이들이 자신이 닥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밀실’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물리적인 존재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고 있는데 연극 <행오버>의 경우도 그러하다. 물리적인 이유로든, 환경적인 이유로든 나갈 수 없는 밀실, 그 안에 이유도 모른 채 갇힌 사람들. 이러한 동일한 조건 속에서 연극 <행오버>가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실의 심층적 의미

연극 <행오버>의 매력은 우선 밀실이 가지고 있는 심층적인 상징성을 잘 구현해냈다는 데에 있다. 극장이라는 밀폐된 공간, 관객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구현된 또 다른 밀실. 이러한 점들은 오로지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물리적, 공간적인 이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인 특징들을 배제하더라도 연극 <행오버> 는 밀실이 가지고 있는 보다 심층적인 의미의 밀실을 구현해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밀실의 심층적인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여성의 신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은 어떠한 인위적인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신의 몸에 밀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여성의 ‘자궁’이다. 모든 인간은 그 밀실에서 잉태되고 태어난다. 즉, 여성은 누구나 자기만의 밀실을 소유하는 지배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제는 <행오버>에서도 적용된다. 결국엔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인물들이 갇혀있는 밀실을 지배하는 위치에 서서 모두를 뒤흔드는 것도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이 작품에서 가장 큰 힘을 갖는 존재이다. 남성캐릭터가 분노를 하거나 욕설을 해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그를 압도한다. 그리고 나아가 밀실 전체를 조종한다. 이 극에서의 ‘밀실’은, 온전히 여성의 것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품은, 밀실의 공간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그러한 밀실의 심층적인 의미, 다시 말해 여성과 밀실의 관계라는 상징적인 특성 또한 잘 잡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미디적 요소의 배치

연극 <행오버>는 단순히 스릴러가 아닌, ‘코믹추리스릴러’를 표방한다. 다시 말해 빠른 전개로 관객들에게 심리적인 공포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웃음 또한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유쾌한 요소가 굉장히 많다. 뻔뻔하게 자신을 섹시가이라 칭하는 태민의 모습이라던가, 스트립댄서로 일하며 거침없이 욕설을 하고, 남성들을 제압하는 센 여성인 민지가 아이러니하게도 인형을 찾는 모습 등이 그러하다. 특히 508호의 숙식객인 설정은, 극의 전반적인 코미디적 요소를 책임지는 인물로써, 남성이지만 여성스러운 분홍 잠옷을 입고, 계속해서 엉뚱한 말들을 해댄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자신을 초능력자라고 우기며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부분인데, 신기하게도 이 부분은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하면서도 동시에 극이 다시 스릴러로 돌아가는데 일조한다. 순식간에 극의 분위기가 전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방심해있었던 관객들의 심리를 다시 긴장하게끔 붙드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분뿐만 아니라, 극의 여러 장면들이 코미디 장르와 스릴러장르 사이에 서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관객은 <행오버>라는 한 작품을 관람하면서 두 가지의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흔한 장르와 자칫 뻔할 수 있는 줄거리 속에서도 연극 <행오버>가 힘을 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밀실이라는 공간이 선사해주는 높은 몰입도 등도 있지만, 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에서 안정적인 전개를 선보인다는 점, 밀실이라는 공간의 복합적인 상징성을 훌륭히 구현해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격 코믹추리스릴러연극 <행오버>는 오는 5월 31일까지 압구정 윤당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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